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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불을 켜고 싶은 밤

 

 

오늘은 왠지 밝은 불빛이 싫다

토담집 따스한 온기가 그리운 밤이다

좁은 골방에서

떨어진 양말 꿰매며

문풍지 떠는 틈새 바람

손수건으로 막아 주던

고운 손길 보고 싶어

오늘 밤은 왠지

등잔불을 켜고 싶은 밤이다

 

어두운 등잔불 아래서

구하기 어려운 옛날 얘기책 구해

큰 소리로 읽어주던

그때 그 목소리가 그리운 밤이다

 

눈썹을 그을려 놓고

거울을 드려다 보며

겁에 질려 떨던

그 커다란 눈망울이

너무나 보고 싶은 밤이다

 

잠자던 친구에게

불침 놓고 도망 다니던

개구쟁이 시절이

어쩌면 등잔불을 밝히고

꺼져가는 불빛 심지 돋우면

그날을 밝히는 빛 살아날 것 같아

등잔불을 켜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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